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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7 08:46

패스트 푸드, 병원내에서 판매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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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한 대학병원에서 내과 전공의를 하고 있습니다. 의대를 졸업하고서 새로운 곳에서 일하겠다는 마음에 2004년부터 근무하는 이 병원 지하에는 환자 및 보호자들을 위한 편의 시설들이 많이 있습니다. 의료기기 가게에서부터 소위 별다방이라 불리는 커피 전문점까지... 그 중에서도 제가 인턴 때 모교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자랑했던 시설은 꽤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이였습니다.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제 나름대로 평가하기에는 양도 많고 맛도 다른 가게들보다는 뛰어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저는 내과를 전공하게 되었고 지금은 심혈관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과에서 수석 전공의 (치프(Chief)라고 불리고 얼마전 방영되었던 뉴하트의 배대로와 같은 위치입니다.)를 하고 있습니다. 심혈관 질환중에서 '심근경색'이라 불리는 병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라는 혈관에 혈전이라는 물질로 인해 혈류 공급이 안되면서 심장 근육이 파괴되어 급사할 수 있는 병입니다. 이 질환의 위험 인자로는 현재까지 고령, 흡연자,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가족력등이 알려져있고 약물이나 시술, 수술등의 의학적 치료 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교정까지도 포괄적인 치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심근경색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이는 서구적인 식습관이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은 여러 언론 보도를통해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병원이 그러겠지만, 제가 근무하는 이 곳도 심근경색 환자분들이 퇴원하시기 전에 병의 재발을 줄일 수 있는 식사 및 생활 습관에 대해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몇달 전 오후 회진을 위해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옆으로 어떤 환자분의 보호자분들이 지나가시면서 하시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저를 잠시 섬찟하게 했었습니다.


 보호자 1 : 병원에 햄버거 가게가 다 있네. 신문에서는 안 좋다고 하더구만.

 
 보호자 2 : 병원에 있으니까 괜찮은 건가 보지 뭐.
 

 (대화내용은 다소 가감이 있습니다.)


 아무리 TV나 신문에서 패스트푸드의 심각성을 경고해도 정작 그 음식은 병원 지하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고, 제가 목격한 어떤 분은 병원 햄버거는 일반 햄버거와는 다를 거라는 생각까지고 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폐암 환자한테 담배를 계속 피며 일찍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의사가 알고보면 골초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그 음식점 앞에는 환자분들에게는 음식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안내문을 붙여놨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밖에 안됩니다. 그 음식점이 지하에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른 대학병원들과 마찬가지로 수익 창출이라는 부분에서 입점이 허가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의료진의 의견이 얼마나 미쳤는지 역시 알 수는 없지만, 분명 소위 '장'이라 불리는 분들의 결재가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 병원을 오신 환자나 보호자분께서 '당신네 병원은 왜 몸에 좋지 않다고 하는 트랜스지방 가득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병원 지하에서 버젓이 파는 거요?'라고 따지신다면 저는 솔직히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전 어쩔 수 없이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환자들에게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삼가하실 것을 말씀드려야 합니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서 제가 너무 이 현상을 단순하게 해석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큰 규모의 병원이 계속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의료진 뿐만 아니라 훌륭한 경영진 혹은 행정하시는 사람들도 필요하며, 그렇기에 경제적인 면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 역시 가끔 일에 쫓겨 밥을 못 먹을 때면 이곳에서 한끼를 해결 한뒤 일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심근경색 환자에 대해 좋은 약,  좋은 시설은 분명 환자에게는 이로운 일입니다. 미국심장관 련학회(ACC/AHA)의 지침대로 1년의 일정수 이상의 환자를 치료한 경험 많은 의사가 90분이내에 이들의 혈관을 재관류 시키기 위해서는 (시술의 경우를 말합니다.) 분명 필요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이들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과 연구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도 점점 대형화, 기업화 되는 추세가 되면서 환자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부족한듯 보입니다. 질병에 대한 치료와 예방이라는 중요한 이념이 경제적 논리에 밀리는 것은 분명 이유야 어찌되었던 옳지않은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추신 : 글을 보신 분들중에서 일부 예를 들어 너무 일반화 시켜 글을 쓴게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의료의 순수성이 경제적 논리에 일부 훼손되는 경우는 이밖에도 많이 있으며 이번 내용은 그 중 하나를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전 채식주의자는 아니며, 저 역시 체중 관리에 힘쓰고 있는 비만전단계 의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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