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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1 00:56
어렸을 때 맡았던 아버지의 발꼬랑내와는 다른 냄새 - 소와 각질융해증(pitted keratolysis)
2011/01/01 00:56 in 송추 떡갈비 군의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2011년 1월 1일 0시 7분입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더욱 건강하시고 너무나 상투적이지만 원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어렸을 때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퇴근하시는 아버지를 기다린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루 종일 어머니하고만 있다가 항상 우리편이 되어주는 너그러운 아버지를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고, 양 손에 우리를 위해 무언가 먹을 것을 들고오시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벨소리에 후다닥 뛰어나가 반가운 표정으로 아버지를 맞이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아버지는 낮에 직장에서 우리를 위해 바쁘게 일하시다가 집에 오시면서는 모든 긴장을 풀어놓으시게 되고 그러면서 으례 하시는 행동이 양말부터 벗는 것이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발을 벗는 순간 순식간에 집안 가득 퍼지는 발냄새에 우리는 어느새 거리를 두게 됩니다. 쾨쾨하면서도 시큼털털한 냄새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제 친구중에 한명은 '청국장'을 '발냄새국'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청국장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동의하지 않지만... --;)
부대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가끔 발바닥에 이상한게 생겼다며 오는 병사들이 몇몇 있습니다. 대부분 무좀이라고 예상하고 발을 봅니다만, 뜻밖에도 처음 보는 병변이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너무나 특징적이여서 피부과책을 찾아보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말 그대로 책을 뒤져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 군의관 게시판에 제가 봤던 병변에 대해 누군가 질문을 했는데, 피부과 군의관이 답해준 것을 보고 저도 책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왔던 병사의 발 사진입니다. 가렵거나 아픈 증상보다는 어느 날 발을 보니 '분화구' 모양의
병변이 눈에 보이는 것을 주소로 대부분 의무대를 찾습니다. 이 병사 역시 발에 이상한게 생겼다며
왔습니다. 발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과거 아버지가 양말 벗을 때 나던 냄새와
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흠...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냄새는 그래도 좀 구수한 부분
이 있었다면, 이 병변의 냄새는 코의 감각세포에 사정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수준의 자극적인 수준이라
고 할 수 있을까요?
좀 더 확대해 찍은 사진입니다. 분화구 모양의 흰색 병변이 발바닥 여러군데에서 보입니다. 이런 병변을
지닌 피부병은 소와 각질융해증(pitted keratolysis)라고 한답니다. '소와'라는 단어의 뜻을 찾을 수 없었지만, 유추하건대 작은 분화구를 '소와'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단어는 대한피부과학회 교과서 편찬위원회 4판에 실린 단어입니다. '각질융해증'이란 말은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질이 녹았다는 뜻입니다. 즉, 저런 작은 분화구 모양은 각질이 녹으면서 생긴 것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피부과학책과 인터넷을 통해 알아본 바 이 질병은 세균에 의한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Micrococcus sedenterius, Dermatophilus conglensis, Corynebacterium 등이 원인균으로 되어 있습니다. 주로 발바닥에 잘 생기고 그 중에서도 압력이 많이 받고 습한 환경에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군인한테 딱 걸리기 좋은(?) 질병이란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군화는 통풍 안되고 발바닥 아프기로는 다른 신발과는 비교도 안되게 독보적이기 때문입니다.
치료는 발바닥에 항생제 연고를 바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Clindamycin, erythromycin 계열의 연고라고 하는데 피부과학 책에는 상품명 '후시단'으로 불리는 fusidic acid 연고도 괜찮다고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항진균제인 clotrimazole, miconazole-곰팡이 죽이는 약입니다. 무좀도 이런 계열 약을 씁니다-도 연고로 사용하도록 피부과학책에는 명시되어 있군요. 하지만 그에 앞서 발에 압력이 덜 가해지도록 편한 신발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양말등을 신고, 땀을 덜 나게 해주는 aluminum chloride등을 병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질병이 어떻든 치료의 효과가 좋기 위해서는 약뿐만 아니라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이나 환경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제 이 냄새도 맡을 일은 앞으로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송추 떡갈비 군의관으로써 지낸 야전 군의관 시대를 정리하고 조만간 아이티로 파병을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아이티는 콜레라로 30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있어 전염병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해야 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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