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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0 22:09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슈퍼 박테리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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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에서 퍼왔습니다. 슈퍼 박테리아의 현미경 사진입니다. 


 요 며칠 사이에 TV와 신문을 장식하고 있는 기사 중에 하나가 '슈퍼 박테리아'의 출현입니다. 우리나라도 더이상 '슈퍼 박테리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식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방송과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글의 제목을 '어느 정도 예상되었던 슈퍼 박테리아'라는 식으로 다소 '미끼'성의 제목을 달았습니다만, 왜 그렇게 썼는지 지금부터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모 병원에서 검출된 균은 'NDM-1 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NDM-1 CRE)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NDM-1은 'New Delhi metallo-beta lactamase'의 약자인데 인도 뉴델리에서 처음 발견된 균이 가지고 있는 효소의 이름입니다. carbapenem은 균을 죽이는 항생제에 일종인데 언론에 소개된 것처럼 꽤 강력한 항생제 중에 하나입니다. 종합하자면 'NDM-1 CRE'는 carbapenem이라는 항생제마저도 무력화 시키는 NDM-1이라는 이름의 효소를 가진 장내세균을 지칭합니다. 

 장내세균은 '세균'이라는 부정적인 어감과는 달리 정상적으로 우리 장에 존재하는 세균입니다. 정상적으로는 일정 개체수를 유지하면서 특별히 우리 몸에 해를 끼치지 않지만, 어떤 특수 상황-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들-에서는 이 장내세균들도 개체수를 불리며 병적인 상황을 만들게 됩니다. 이럴 경우 항생제를 써서 균들의 활동을 줄이거나 죽이게 되는데, 균들도 이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으로 항생제의 작용을 피하게 됩니다. 이걸 '항생제 내성'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균과 의사들과의 싸움은 새로운 내성 기전의 등장과 새로운 항생제의 개발로 맞서면서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1920년대에 플레밍이 발명한 페니실린이 균들의 내성 기전의 발달로 요즘은 거의 사용되어지는 경우가 없다는 것만 봐도 '균(혹은 박테리아)'도 그닥 만만한 녀석들은 아닙니다.
 
 이런 싸움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carbapenem은 제가 전공의로 근무할 때도 최후의 보루로 남겨둔 항생제였습니다. 이 항생제는 꼭 써야 할 상황에서만 쓸 수 있었기 때문에 의사라도 아무나 처방할 수 없었습니다. 반드시 '감염내과'의 승인하에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2년차 감염내과 전공의 때 새벽까지 병원내 모든 과 환자들의 carbapenem 승인 여부를 조사하느라 일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 해야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으로 새로운 내성이 발생하는 것을 늦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carbapenem을 아무리 잘 관리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균들도 그에 대항하는 내성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에 내성이 안생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당시 감염내과를 돌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항생제 사용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였습니다. 당시 저의 담당 교수님이였던 최영화 선생님께서는 감염내과 전공의들에게 단일 항생제 요법을 강조하셨습니다. 즉, 정확한 원인균을 알고 그 균을 죽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항생제 딱 한가지만을 써야 한다는 것이였습니다. 쓸데없이 여러 개의 항생제를 쓰는 것은 결국 항생제 내성을 촉진시키는 일밖에 안된다는 것이고, 환자에게도 치료보다는 독성으로 더 힘들게 하는 상황까지도 초래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감염성 질환의 원인균을 알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습니다. 우선 균을 검출하기 위해 '배양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현재까지도 최소 3일 이상은 걸립니다. 균에 감염되어 점점 병환이 짙어져 가는 환자에게 배양 결과를 확인 후에 항생제를 쓴다는 것은 3일동안 환자를 방치해 두는 것 밖에 안됩니다. 설사 3일 뒤에 배양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균이 검출 안되거나 원인과는 거리가 먼 균이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이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배양 결과가 나오기 전에 환자의 원인균을 유추하여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을 '경험적 항생제 사용'이라고 합니다. '경험적'이라고 해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30대 여성의 급성 신우신염의 가장 흔한 균은 E.coli라는 것을 이전에 무수한 데이터를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우선 배양 검사를 한 뒤 E.coli를 죽이는 항생제를 사용하게 됩니다. 3일 뒤 E.coli와 다른 균이 나온다면 그에 맞는 항생제를 쓰면 되는 것이고 E.coli가 나온다면 지금 항생제를 유지하면 되는 것입니다. 물론 배양 결과 전까지 쓰는 경험적 항생제는 환자의 나이, 임상상태를 고려하여 가장 흔한 균을 타겟으로 합니다. 

 그러나 사실 내과의사가 아닌 이상 항생제 하나를 쓸 때 이렇게까지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항생제도 많이 개발되어 굳이 원인균을 생각하지 않아도 다른 균까지 포괄적으로 죽일 수 있는 항생제를 쓰면 원하는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들이 결국은 쌓이고 쌓여 지금과 같은 '슈퍼 박테리아'를 출현시킨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지금의 사건이 전적으로 항생제 오용 때문만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2개월간의 짧은 감염내과 전공의 시절은 육체적으로는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해서 입원환자 회진 준비를 하고, 교수님과 회진 후에는 타과 환자들의 협진 의뢰를 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쉬지 않고 입원하는 외래와 응급실 환자까지 보고 앞서 말한 항생제 관리까지 하다보면 시간은 어느 덧 다음날 1시가 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돌이켜봤을 때 제가 가장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수련을 했던 시간이 그 때가 아니였나 싶습니다. 특히 중환자실에 원인 모를 발열로 협진이 들어왔을 때 제 나름껏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찰하고 검사 결과 확인하고 공부해서 어떤 항생제를 선택한 뒤 다음날부터 서서히 환자가 좋아지는 것을 보면 그 희열은 정말 말할 수 없는 것이였습니다. 비록 환자는 말못하는 상태로 누워있을지라도 분명 어제보다는 덜 힘들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잠시 '감염내과'를 부전공으로 할까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현재 발견된 NDM-1 CRE는 tigecycline과 colistin라는 항생제에 반응한다고 밝혔습니다. 두 약제는 교과서에 없어 구글링을 해보니 carbapenem과 같이 꽤 강력한 균들과 싸우는 항생제였습니다. Colistin 같은 경우는 전공의 때 딱 1번 써봤는데, 당시는 희귀 약품이라 '희귀약품센터'라는 곳에서 보호자가 직접 사와야 했었습니다. 어쨌든 현재 NDM-1 CRE로 감염되어 병마와 싸우고 계신 두 분의 환자께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이 항생제를 뛰어넘는 '슈슈퍼 박테리아'가 출현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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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7 08:46

패스트 푸드, 병원내에서 판매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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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재 한 대학병원에서 내과 전공의를 하고 있습니다. 의대를 졸업하고서 새로운 곳에서 일하겠다는 마음에 2004년부터 근무하는 이 병원 지하에는 환자 및 보호자들을 위한 편의 시설들이 많이 있습니다. 의료기기 가게에서부터 소위 별다방이라 불리는 커피 전문점까지... 그 중에서도 제가 인턴 때 모교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자랑했던 시설은 꽤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이였습니다.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제 나름대로 평가하기에는 양도 많고 맛도 다른 가게들보다는 뛰어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저는 내과를 전공하게 되었고 지금은 심혈관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과에서 수석 전공의 (치프(Chief)라고 불리고 얼마전 방영되었던 뉴하트의 배대로와 같은 위치입니다.)를 하고 있습니다. 심혈관 질환중에서 '심근경색'이라 불리는 병은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라는 혈관에 혈전이라는 물질로 인해 혈류 공급이 안되면서 심장 근육이 파괴되어 급사할 수 있는 병입니다. 이 질환의 위험 인자로는 현재까지 고령, 흡연자,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가족력등이 알려져있고 약물이나 시술, 수술등의 의학적 치료 뿐만 아니라 생활습관 교정까지도 포괄적인 치료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심근경색의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며 이는 서구적인 식습관이 관여되어 있다는 사실은 여러 언론 보도를통해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병원이 그러겠지만, 제가 근무하는 이 곳도 심근경색 환자분들이 퇴원하시기 전에 병의 재발을 줄일 수 있는 식사 및 생활 습관에 대해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몇달 전 오후 회진을 위해 지하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 옆으로 어떤 환자분의 보호자분들이 지나가시면서 하시는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저를 잠시 섬찟하게 했었습니다.


 보호자 1 : 병원에 햄버거 가게가 다 있네. 신문에서는 안 좋다고 하더구만.

 
 보호자 2 : 병원에 있으니까 괜찮은 건가 보지 뭐.
 

 (대화내용은 다소 가감이 있습니다.)


 아무리 TV나 신문에서 패스트푸드의 심각성을 경고해도 정작 그 음식은 병원 지하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고, 제가 목격한 어떤 분은 병원 햄버거는 일반 햄버거와는 다를 거라는 생각까지고 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폐암 환자한테 담배를 계속 피며 일찍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의사가 알고보면 골초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그 음식점 앞에는 환자분들에게는 음식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안내문을 붙여놨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 밖에 안됩니다. 그 음식점이 지하에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다른 대학병원들과 마찬가지로 수익 창출이라는 부분에서 입점이 허가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의료진의 의견이 얼마나 미쳤는지 역시 알 수는 없지만, 분명 소위 '장'이라 불리는 분들의 결재가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 병원을 오신 환자나 보호자분께서 '당신네 병원은 왜 몸에 좋지 않다고 하는 트랜스지방 가득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병원 지하에서 버젓이 파는 거요?'라고 따지신다면 저는 솔직히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전 어쩔 수 없이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환자들에게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삼가하실 것을 말씀드려야 합니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서 제가 너무 이 현상을 단순하게 해석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큰 규모의 병원이 계속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의료진 뿐만 아니라 훌륭한 경영진 혹은 행정하시는 사람들도 필요하며, 그렇기에 경제적인 면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 역시 가끔 일에 쫓겨 밥을 못 먹을 때면 이곳에서 한끼를 해결 한뒤 일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심근경색 환자에 대해 좋은 약,  좋은 시설은 분명 환자에게는 이로운 일입니다. 미국심장관 련학회(ACC/AHA)의 지침대로 1년의 일정수 이상의 환자를 치료한 경험 많은 의사가 90분이내에 이들의 혈관을 재관류 시키기 위해서는 (시술의 경우를 말합니다.) 분명 필요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이들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과 연구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도 점점 대형화, 기업화 되는 추세가 되면서 환자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부족한듯 보입니다. 질병에 대한 치료와 예방이라는 중요한 이념이 경제적 논리에 밀리는 것은 분명 이유야 어찌되었던 옳지않은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추신 : 글을 보신 분들중에서 일부 예를 들어 너무 일반화 시켜 글을 쓴게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의료의 순수성이 경제적 논리에 일부 훼손되는 경우는 이밖에도 많이 있으며 이번 내용은 그 중 하나를 글로 옮겨보았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전 채식주의자는 아니며, 저 역시 체중 관리에 힘쓰고 있는 비만전단계 의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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