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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27 의사는 약만 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 2010/12/24 삼가 고가(故家)의 명복을 빕니다 - 구제역
- 2010/12/20 약도 과하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Aspirin 이야기
- 2010/12/18 결핵으로 본 우리나라의 수준?
- 2010/12/15 CT와 MRI를 사랑하시는 그분들께...
- 2010/12/09 광우병에 비할바는 못되는... 광견병
- 2010/12/09 'SBS 뉴스추적 - 수술대 오른 응급실'를 보고나서
2011/01/01 00:56
어렸을 때 맡았던 아버지의 발꼬랑내와는 다른 냄새 - 소와 각질융해증(pitted keratolysis)
2011/01/01 00:56 in 송추 떡갈비 군의관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2011년 1월 1일 0시 7분입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더욱 건강하시고 너무나 상투적이지만 원하시는 일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어렸을 때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퇴근하시는 아버지를 기다린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루 종일 어머니하고만 있다가 항상 우리편이 되어주는 너그러운 아버지를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고, 양 손에 우리를 위해 무언가 먹을 것을 들고오시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벨소리에 후다닥 뛰어나가 반가운 표정으로 아버지를 맞이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아버지는 낮에 직장에서 우리를 위해 바쁘게 일하시다가 집에 오시면서는 모든 긴장을 풀어놓으시게 되고 그러면서 으례 하시는 행동이 양말부터 벗는 것이였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발을 벗는 순간 순식간에 집안 가득 퍼지는 발냄새에 우리는 어느새 거리를 두게 됩니다. 쾨쾨하면서도 시큼털털한 냄새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제 친구중에 한명은 '청국장'을 '발냄새국'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물론 청국장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동의하지 않지만... --;)
부대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가끔 발바닥에 이상한게 생겼다며 오는 병사들이 몇몇 있습니다. 대부분 무좀이라고 예상하고 발을 봅니다만, 뜻밖에도 처음 보는 병변이 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너무나 특징적이여서 피부과책을 찾아보리라 마음을 먹었는데 말 그대로 책을 뒤져보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 군의관 게시판에 제가 봤던 병변에 대해 누군가 질문을 했는데, 피부과 군의관이 답해준 것을 보고 저도 책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왔던 병사의 발 사진입니다. 가렵거나 아픈 증상보다는 어느 날 발을 보니 '분화구' 모양의
병변이 눈에 보이는 것을 주소로 대부분 의무대를 찾습니다. 이 병사 역시 발에 이상한게 생겼다며
왔습니다. 발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과거 아버지가 양말 벗을 때 나던 냄새와
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흠...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냄새는 그래도 좀 구수한 부분
이 있었다면, 이 병변의 냄새는 코의 감각세포에 사정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수준의 자극적인 수준이라
고 할 수 있을까요?
좀 더 확대해 찍은 사진입니다. 분화구 모양의 흰색 병변이 발바닥 여러군데에서 보입니다. 이런 병변을
지닌 피부병은 소와 각질융해증(pitted keratolysis)라고 한답니다. '소와'라는 단어의 뜻을 찾을 수 없었지만, 유추하건대 작은 분화구를 '소와'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단어는 대한피부과학회 교과서 편찬위원회 4판에 실린 단어입니다. '각질융해증'이란 말은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질이 녹았다는 뜻입니다. 즉, 저런 작은 분화구 모양은 각질이 녹으면서 생긴 것이라는 말과 같습니다.
피부과학책과 인터넷을 통해 알아본 바 이 질병은 세균에 의한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Micrococcus sedenterius, Dermatophilus conglensis, Corynebacterium 등이 원인균으로 되어 있습니다. 주로 발바닥에 잘 생기고 그 중에서도 압력이 많이 받고 습한 환경에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군인한테 딱 걸리기 좋은(?) 질병이란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군화는 통풍 안되고 발바닥 아프기로는 다른 신발과는 비교도 안되게 독보적이기 때문입니다.
치료는 발바닥에 항생제 연고를 바르도록 되어 있습니다. Clindamycin, erythromycin 계열의 연고라고 하는데 피부과학 책에는 상품명 '후시단'으로 불리는 fusidic acid 연고도 괜찮다고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항진균제인 clotrimazole, miconazole-곰팡이 죽이는 약입니다. 무좀도 이런 계열 약을 씁니다-도 연고로 사용하도록 피부과학책에는 명시되어 있군요. 하지만 그에 앞서 발에 압력이 덜 가해지도록 편한 신발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양말등을 신고, 땀을 덜 나게 해주는 aluminum chloride등을 병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질병이 어떻든 치료의 효과가 좋기 위해서는 약뿐만 아니라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이나 환경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제 이 냄새도 맡을 일은 앞으로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송추 떡갈비 군의관으로써 지낸 야전 군의관 시대를 정리하고 조만간 아이티로 파병을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아이티는 콜레라로 30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있어 전염병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해야 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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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군의관님 XX대대장님께서 통화 원하십니다'
당직을 서다보면 종종 이런 전화가 옵니다. 제가 속한 부대의 간부라 모른척 하기도 그래서 받았습니다.
'군의관, 내가 기침이 심해. 밤새 잠을 못잤어'
대부분 이런 전화는 이런식으로 약 처방해달라는 전화일 경우가 많습니다. 저를 비롯해 같이 일하는 군의관들은 원칙적으로 직접 진료 후 필요한 처방을 하는 것으로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원격진료는 아직 우리나라 의료법에서 합법화되지 않았고, 군에서도 일부 진료가 제한되는 격오지에서만 부분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갈 수는 없고 그래서... 병사를 보낼테니까 약 좀 지어줘'
다른 사람같았으면 안된다고 거절했겠지만, 이 분은 워낙 연세도 많으시고 서로 알고있는터라 그냥 넘어가기로 합니다. 그것보다 예전에 다른 군의관이 이 분께 이런 식으로는 처방을 해드릴 수 없다고 정중히 말했다가 자신의 계급을 운운하며 말다툼을 하신 적이 있었기 때문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부분이 더 컸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의무기록없이 약을 처방한 것이니 '불법'입니다.
#사례 2
주말의 부대도 저녁 9시 30분이면 점호를 시작으로 취침 준비에 들어갑니다. 저 역시 이 시간 이후로는 환자가 거의 안오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집니다. 하지만 간간히 이 때 환자가 옵니다. 아파서 오는 환자한테 그러면 안되지만 쉴려고 마음먹은 상태에서 이런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조금 짜증나기 마련입니다.
9시 30분이 넘어 환자가 한명 왔습니다. 건장한 체격의 병사 한명이 무척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옵니다.
'어디가 불편해? (약간 퉁명스럽게)'
'머리가 아픕니다'
계급을 보니 이등병이고 표정도 안좋아 보여 꾀병같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남들 잘려는 시간에 이 추위를 뚫고 의무대까지 온 것을 보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체온을 재보니 39도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심하진 않아도 과호흡 소견도 보이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 아팠냐?'
'아침부터 아팠습니다'
우선 열부터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이 해열제 주사부터 놓고서 나머지 진찰을 했습니다.
'아침부터 아팠는데 왜 지금왔어?'
제가 가장 퉁명스러운 이유일 것입니다.
'좀 참다가 괜찮은 것 같아서 버텼는데 면회 끝나고 나서부터...'
휴... 그 놈의 면회 때문에 아픈 것도 참다가 온 것이였습니다. 통제된 집단 생활에서 휴가, 외박, 면회는 어쩌면 밥 다음으로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유'라는 것을 맛보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휴가 때문에 당장 입실이나 외진이 필요한 병사가 그것을 거부하기도 하고, 입실한 상태에서도 면회가게 해달라고 통사정하는 병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런 상황보다 더 짜증나고 화가 나는 상황은 병사가 아파도 간부가 훈련이나 작업 때문에 진료를 제한하는 경우입니다. 당장 이 친구가 빠지면 일이 힘들어지고 윗사람한테 욕먹을 것이기 때문에 일과 시간 이후에 가도록 하거나 나중에 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고 직책과 업무는 다르지만 각자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지만 어떤 사람은 '계급'을 앞세워 군의관에게 불법 진료행위를 하도록 강요하고, 어떤 사람은 '돈'보다 더 절실한 것 때문에 자의로, 때로는 타의로 진료를 하지 않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군의관인 저는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존재의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술을 국가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베풀기 위해 이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 장군의 변비가 이등병의 충수돌기염보다 더 응급으로 여겨지는 상황이 이 곳에서는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국방부 블로그 만화로 인해 군의관들이 분노한 적이 있었습니다. 국방의전원(혹은 국방의학원) 홍보를 위해 만든 만화에는 저와 같이 3년 의무복무하는 단기 군의관들의 임상경험이 부족하여 많은 오진과 의료사고 있다는 내용이 실려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이 결코 임상경험을 쌓기에 짧지 않은 시간이였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군의관들의 실력부족이 그들이 바라보는 오진과 의료사료의 원인일까요? 이곳의 군의관들은 전역하여 몇년 후에는 '명의'라 불리는 교수님이 되실 분들도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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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한파로 인해 더욱더 어깨가 움츠러드는 겨울입니다. 진료실에서 일을 하다보면 환자 추이로 계절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 요새는 소위 '감기'가 대세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상기도 감염증'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 부대의 진료실 수준은 초등학교 양호실 수준이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진단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제 크리스마스 다음날은 당직을 섰습니다. 일요일 당직은 부대의 한적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반면, 남들 쉬고 있을 때 의무대 당직실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우울한 기분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책도 보고 공부도 했었지만 (진짜?--;) 요새 마음이 좀 싱숭생숭한지라 그저 TV보며 멍때릴 때가 많습니다.
추운 날씨에 당직실에 있는 온풍기를 최대로 틀어놓고 TV를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목이 칼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전 편도가 남들보다 큰 상태로 목이 쉽게 잘 붓기에 민감한 편입니다.게다가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어 환경에도 예미한 편입니다.
사진의 기계는 당직실과 더불어 환자들이 입실(혹은 입원)하는 병실과 진료실에도 한대씩 있습니다. 사실 제 손으로 청소해 본적도 없고, 청결 상태를 확인해본 적도 없습니다. 몇달전부터 소리가 커서 기계에 이상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었는데 이참에 잘은 모르지만 청소 상태를 들여다봅니다. 분명 필터가 있으리라 생각하고 기계 하단부의 전면부를 뜯어봤습니다. 커다란 팬이 있었지만 필터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옆 부분에 먼지가 잔뜩 낀 필터가 보였습니다.
와우~ 먼지가 껴도 이렇게 많이 껴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니 이 먼지가 그대로 온풍기를 타고 나와 제 목을 자극했던 것 같습니다. 색깔이나 모양으로 봐서 최근에 쌓인 것들로는 안보이시죠? 우선 이것을 들고나와 야외에서 턴 뒤에 물로 씻었습니다. 문득 병실과 진료실에 있을 온풍기의 필터도 생각났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병실에는 감기 환자들이 있었는데 아침에 회진돌며 불편한 점을 물으니 목이 칼칼하다고 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역시나 그 곳의 필터도 위의 사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환자들이 아파서 치료받으러 오는 의무대가 이런 불량한 위생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니... 환자뿐 아니라 병사들에게 부끄러워졌습니다. 즉시 의무대 병사들에게 필터를 청소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전공의 시절 한 알레르기 내과 교수님이 떠오릅니다. 여자임에도 알레르기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신 교수님께서는 특이 환자들에게 잔소리 많이 하시기로 유명하십니다. 제 동생도 아토피 피부염이 너무 심해 제 소개로 진료를 받았었는데, 진료 후 잔소리에 질려서 다시는 진료를 보지 않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전국에서 알레르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교수님은 약물보다는 생활습관 교정, 환경개선등을 더 중요시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다보니 말씀도 많아지고 때로는 환자를 혼내시기도 하십니다. 일부 환자들은 그런 교수님 진료 방식에 반발하기도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실제로 호전이 되어 교수님에 대한 굳은 신뢰를 갖는 모습을 더 많이 봤었습니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병'만을 보는게 아니라 병을 가진 그 '환자'를 보는 것이 소위 말하는 명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의사는 단지 약만 주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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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을 하는데 집 근처에 다다를때쯤 차가 정체되었습니다. 알고보니 구제역 소독 때문에 차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TV에서만 보던 소독작업을 직접 보니 '구제역'의 심각성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낮에 부대에서 열렸던 성과분석회의 시간 중에 구제역으로 인해 내년 혹한기 훈련을 영내에서 하라는 상부 지침이 있다고 연대장님이 말씀하시더군요. 그 때는 그저 전혀 모르는 곳 가서 숙영 안해도 되니까 막연히 좋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우리 동네 근처까지 구제역의 여파가 미치는 것을 직접 느끼니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TV와 신문에서도 연일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모자이크로 소, 돼지를 살처분하는 모습이 영상과 사진으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자식과 같이 그 동물들을 기르셨던 농민들의 마음은 둘째 치고라도 인간을 위해 온 몸을 바치던 소와 돼지들이 무더기로 땅에 묻히는 것을 보면서 인간이 동물들에게 큰 죄를 짓는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사람에게 동물의 질병이 전염되는 질병-은 아니여서 저도 국립수의과학검역원(www.nvrqs.go.kr)에 들어가서 어떤 질병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Apthovirus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질병에 걸린 가축들이나 부산물-침, 유즙등-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전파, 이를 돌보는 사람들에 의한 간접 전파, 그리고 공기전파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라고 합니다. 공기전파는 육지에서는 50km, 바다에서는 250km까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지금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공기전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염성이 높은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치료는 없다고 합니다. 전염 방지를 위해 격리하고 필요하다면 지금 현재 정부가 마지막 구제역 확산방지 대책으로 내놓은 백신 접종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라고 사이트에 적혀있습니다. 뉴스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백신을 접종할 경우 소고기, 돼지고기 수출이 일정기간 금지된다고 합니다. 말못하는 동물이지만 그들의 치료마저도 인간의 경제적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넘어 슬프기까지 하네요.
구제역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작년 신종플루-인플루엔자 A-유행 때가 생각납니다. '신종플루' 역시 바이러스 질환에다 공기 전파로 인해 전염성이 높은 질환이라 구제역과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신종플루'가 돼지에 감염된 인플루엔자에서 유래했다고 하여 swine flu라고-지금도 외신에서는 swine flu라고 표기하기도 하네요-하지만 나중에는 연관성이 없다고 하여 신종 인플루엔자-novel influenza-라고 불렸습니다. 집단 생활을 하는 군대의 특성상 '신종플루'는 공포의 대상이였지만, 백신 접종전까지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야전 부대의 경우 열악한 시설과 간부들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군의관으로 치료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확진 검사를 모든 의심환자에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신종플루 의심환자도 확진환자와 동일하게 격리 치료할 수 밖에 없었는데, 마치 환자를 '동물' 보는듯하는 군 간부들로 인해 병사들은 때아닌 죄책감마저 느꼈을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저 역시 그런 태도를 보였을 작년 우리 부대 신종플루 확진 및 의심환자들과 인간을 위해 끝까지 희생아닌 '희생'을 한 동물들에게 대표하여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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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좀 선정적인가요? 주목을 좀 끌어보고자... 죄송합니다. --;
요새 '웰빙' 바람이 불면서 너도 나도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질환에 대한 치료는 저적으로 의사의 몫이였다면 요새는 환자 자신의 몫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질환의 치료에서 예방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개인에서부터 국가까지 이에 대한 노력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릴 '아스피린'이라는 약도 최근 뇌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면서 TV 광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아스피린의 경우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TV 광고에 등장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근경색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하일성씨입니다. 아스피린 TV 광고 모델이 되기도 하셨습니다.
제가 2003년 본과 3학년 때 당시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셨던 홍혜걸 기자님 밑에서 선택 실습을 돈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기자님께서 유럽의 한 학회를 갔다 오시면서 저용량의 '아스피린'이 뇌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들에게 예방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알려주셨습니다. 그 때 당시엔 아스피린은 그저 약리학 교과서에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그래서 시험 점수를 잘 맞기 위해 잘 알아야 하는 약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전공의를 하면서 특히 심장내과 치프를 하면서 아스피린이라는 약은 정말 너무나도 흔하면서도 중요한 약이였습니다. 당시 아스피린 성분의 모 약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제일 팔리는 약이라고 듣기까지 했습니다. 교수님들 역시 뇌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들에게 아스피린을 처방하셨습니다.
그러나 몇 달전 전 아찔한 경험을 겪었습니다. 전공이 내과인지라 가끔 부대 간부들의 질병에 대해 조언을 해줄 기회가 생기게 되는데, 그 중에 한분과 관계된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곧 전역하시는 분이셨는데 침착하면서도 신사적이셔서 그 분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실만큼 자기 관리에도 철저하신 분이셨기에 상관이기전에 한 어른으로써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분께서 다른 문제로 오셨다가 아스피린에 대해 저에게 물어보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흉통으로 군병원에서 검사까지 하신터라 저 역시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아스피린이라는 약을 의사한테 권유받은게 아니라 다른 간부-의사가 아닙니다-가 권유했다는 것이였습니다. 의약분업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이 곳에서 아스피린 같은 약은 '보급'이나 '부대구매'라는 이름으로 금방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 분께 넘겨받은 아스피린은 500mg 짜리였습니다. 제가 치프를 하면서 심혈관 질환으로 응급실로 내원하는 환자에게도 초기에 많은 양의 아스피린을 주더라도 500mg 이상은 준 적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간부님은 십이지장 궤양의 과거력이 있던 분이였습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슬로건이 얼마나 이 곳에서는 무색한지 느끼는 순간이였습니다.
저는 그 간부님께 정중히 이 약은 뇌심혈관계 질환 목적으로 드시기에는 용량이 좀 많은 것 같다라고 말씀드린 뒤 필요하시다면 군병원에 있는 친구에게-공교롭게도 군병원에서 제 친구에게 진료를 받으셨습니다- 처방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그 간부님은 군의관인 저를 '군인' 이전에 '의사'로써 대해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돌아가셨습니다.
최근 이 글을 준비하면서 아스피린에 대한 자료를 뒤져봤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뇌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에 대한 논문 뿐만 아니라 각종 암 예방 효과에 대해서도 연구가 되고 있었습니다. 대장암을 비롯하여 위암, 식도암 심지어 전립선암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다는 논문들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해열, 진통, 소염 효과만 있는 줄로만 알고 있던 이 약이 제가 잠시 한눈 판 사이에 굉장히 놀랄만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단, 이런 '암'과 관련한 효과들은 아직까지 연구단계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증거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약이 잘 쓰면 '약'이 되지만 때로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스피린의 경우 가장 큰 '독'이 출혈, 그 중에서도 위장관계 출혈입니다. 아스피린을 포함한 비스테로이성 항염증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NSAIDs)에 의한 궤양성 출혈은 미국의 경우 10만명당 60명의 비율로 결코 낮지 않은 비율입니다. 나이가 많을 수록, 소화성 궤양의 과거력이 있을수록, 아스피린을 포함한 NSAIDs계열 약물을 중복 사용할 수록 출혈의 빈도는 더 늘어납니다. 심할 경우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아스피린과 같은 약물을 복용시에는 의사와의 상담은 필수입니다.
위궤양 출혈의 사진입니다. 이 정도는 양반이죠 --;
오늘은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이 있었던 날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휴가를 받았지만, 상황이 급박한지라 집에서 하루종일 있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약'이 무엇인지, '독'이 무엇인지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하루빨리 한반도의 평화가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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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간 연평도 사격 훈련 때문에 주말에도 출근할 뻔 했습니다. 주말간 불안한 휴식을 취해서 몸이 편하기는 하지만, 심적으로 불안한 마음은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런 말하면 전방에서 고생하는 다른 사람들이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군의관 생활 한지도 1년 반 정도가 지나가면서 저의 정체성에 혼란이 올 때쯤 얼마전 결핵 환자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내과 전문의인지 모를만큼 대부분 감기나 피부염 환자들만 대하다가 간만에 '결핵'이라는 나름 중한(?) 질환을 보니 저의 정체를 다시 한번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키크고 늘씬한 병사가 한명 들어옵니다. 가슴이 아프다고하면서 들어왔습니다. 옳거니... 허접했던 순환기 내과 치프 레지던트 (chief resident : 수석 전공의)였던 과거력을 지난 저로써는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중년이나 노년 환자들에게 발병률이 높은 심근경색을 포함한 관상동맥질환-쉽게 말하면 심장 먹여살리는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질병-은 군대에서는 적지만 간혹가다가 부정맥-심장의 리듬이 불규칙한 질병-으로 오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구니관 : 가슴이 어디가 아프니?
키크고 늘씬한 병사(일명 '키늘이') : (손으로 가리키며 : 우측 아래쪽 가슴을 가리켰습니다) 여기가 아
픕니다.
---------------------------------- 중 략 ------------------------------------
구니관 : 주로 어떨 때 아프냐?
키늘이 : 숨 들여마실 때 아픕니다.
구니관 : 아픈지 얼마나 되었는데?
키늘이 : 2달정도 되었습니다.
허걱... 2달?
구니관 : 2달동안 아프면서 왜 안왔냐?
키늘이 : 어쩌구 저쩌구...
제가 아무래도 1년동안 심장내과에서 일해서 그런지 증상에 대한 원인을 자꾸 심장쪽으로 몰아가는 나쁜 습성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혈압, 맥박 재고 심음 듣고, 물론 그 전에 흉통의 특징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 친구가 말하는 흉통의 원인이 심장 쪽이라면 숨을 들여마실 때 아프지는 않을텐데 이 친구는 정말 그 말을 강조해서 했습니다.
상의를 벗기고 폐음을 청진해봤습니다. 젊은 녀석의 흉통 중에는 기흉이라고 해서 폐가 오그라드는 질병도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이 점을 염두해두고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 키늘이는 키크고 날씬하고 게다가 흡연도 한다고 하니 딱 기흉에 적합한(?) 친구입니다. 1달전에도 청진으로 기흉을 잡아낸 경우가 있어서 꼭 확인해봐야 합니다.
어라? 폐음을 들어보니 우측이 잘 안들리는겁니다. 오호라~ 기흉인가 보구나. 의무대의 X-ray는 100장정도 찍으면 1장정도 제대로 나오는 질낮은 X-ray이지만 찍어봅니다. 기흉으로 나오면 이 친구를 어느 병원으로 보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의무병이 X-ray를 들고 왔습니다. 아! 이런... 흉부의 정면 사진말고 우측 측면 사진도 찍었어야 하는데 제가 깜빡 했습니다. 의무병에게 그거 한장 더 찍으라고 하고 X-ray는 view box가 거는 순간... 허걱...
구글에서 또 퍼왔습니다. --;
흠... 키늘이의 X-ray를 보관했다가 사진을 찍어 올렸으면 좋았겠지만, 병원에 보내면서 X-ray도 같이 보냈습니다. 그래서 또 이렇게 구글에서 퍼왔다는... --; 키늘이는 우측에 좌측과는 달리 반달판 모양의 소견이 보였습니다. 으잉? 아! 뭐 이런 반응이 있은후에 의무병에게 추가적으로 찍으라고 한 X-ray를 취소시킨 후 병사를 병원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허구한날 잘 모르는 무릎, 허리 통증 환자들한테 아는 지식 모르는 지식 동원해 설명하다가 이런 내과적 환자를 간만에 보니 설명할려는 욕구가 100만배 튀어올라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구니관 : 너 혹시 전에 결핵 앓거나 가족중에 결핵 앓은 적 없니?
키늘이 : 네 없습니다.
구니관 : (X-ray 가르키며) 이게 이래서 저렇게 어쩌구 저쩌구...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
키늘이 : (당황하며) 치료는 되는 병입니까?
구니관 : 응. 그런데 일단 저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거고 검사를 해봐야 결과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는 것이니까 일단 검사부터 해보자
대부분 이런 친구들에게 병원으로 가라고 하면 겁부터 먹습니다. 뭔가 의무대에서 해결해주길 바라는 눈치가 있습니다.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예상했던 대로 결핵이라는 진단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저같은 일개 야전 단기 군의관들의 고생은 시작됩니다. 이제 부대 윗선에서 왜 이런 환자가 발생했는지에서부터 예방법은 무엇인지 들들 볶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럴 때 군의관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해주면 좋겠지만, 대부분 '계급'이 응급인 이 곳에서는 그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신종플루'로 만연했던 작년 '방역'을 하라고 했던 곳이 이곳이니까요 --;
결국 어제 같은 생활관에 있는 11명의 병사를 진료봐야 했습니다. 그것도 X-ray가 질이 떨어져 2명을 제외하고는 주말간 격리 후 군병원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키늘이는 의무대에 격리된채 2주동안 독한 결핵약을 복용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전 학생때부터 결핵을 접했습니다. 저와 동명이인이였던 학교 동기가 결핵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 때는 2주동안 학교 수업 빠지고 집에서 지내는게 부러웠었는데 전공의 때 결핵약 먹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접하고서는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느꼈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는 학교는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당시 그 친구와 같은 방에서 살던 친구가 부랴부랴 인근병원에서 검사받느라고 돌아다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결핵은 '후진국' 병이라고 불릴만큼 소위 환경적으로 지저분한 곳에서 잘 생기는 병입니다. 저도 궁금해서 대한결핵협회에 들어가보니 결핵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대부분 우리가 말하는 '후진국'들입니다.
(www. knta.co.kr) 그런데 특이하게도 우리나라는 경제수준에 비해 결핵이 많이 발생하는 국가입니다. 제가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는 '결핵'에 관한 지식은 우리나라에서 내놓은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고 하실 정도였으니까요. 경제 발전과 더불어 위생 수준이 향상되면서 소위 '선진국'병이라고 불리는 '아토피'가 증가하는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결핵'은 딜레마이지만 많이 호발하는 지역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특별한 다른 원인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찌 되었든 키늘이를 2주동안 잘 보살펴서 다시 부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잘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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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관의 '공적'인 한 공보의와 카카오톡-어제 아이폰 샀습니다 ㅋㅋ-으로 CT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전공의 시절 때는 많이 접했던 그 CT를 여기서는 그러지 못하다 보니 어느덧 먼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린듯 합니다.
군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적지않게 정형외과적 문제를 가지고 오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사실 전 내과 전문의라 간단히 진찰해보고 제 능력 밖이면 대부분 병원으로 외진을 보내는 형편입니다. 다행히 제가 있는 부대는 군병원과 멀지 않아 언제든지 병원에 갈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이 접하는 질문이나 이야기가 'CT'나 'MRI'에 대한 내용입니다. 꼭 군인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 역시 가지고 있는 CT와 MRI의 허상에 대해 저의 부족한 지식을 좀 펼쳐보려고 합니다.
1. CT보다 MRI가 더 좋은거 아닌가요?
결론은 아닙니다. 제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니다보니 두 검사 방법의 차이가 어떤 원리에서 차이가 나는지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흔히들 MRI가 CT가 진단면에서 더 우월한 검사는 아닙니다. 저도 막연히 MRI가 연부조직을 좀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니 MRI는 연부조직-근육이나 인대같은 조직들-을 CT보다 더 미세하게 구별해서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의사가 검사하려고 하는 목적에 따라 검사방법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지 MRI가 더 뛰어난 검사여서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결론은 아닙니다. 제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아니다보니 두 검사 방법의 차이가 어떤 원리에서 차이가 나는지 자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흔히들 MRI가 CT가 진단면에서 더 우월한 검사는 아닙니다. 저도 막연히 MRI가 연부조직을 좀 더 자세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니 MRI는 연부조직-근육이나 인대같은 조직들-을 CT보다 더 미세하게 구별해서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의사가 검사하려고 하는 목적에 따라 검사방법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지 MRI가 더 뛰어난 검사여서 선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4년동안 내과 전공의를 하면서 MRI를 접한 적은 별로 없습니다. 혹여라도 제가 맡은 환자가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적으로 문제가 있어 MRI를 찍어본 적은 있지만, 제가 MRI를 처방 내본적은 거의 없는듯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 개인적으로 MRI에 대해서 거리감이 좀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판독도 CT와 MRI가 좀 다릅니다.
얼마전에 군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신경외과 군의관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척추 문제로 온 환자들에게 CT 처방을 낸다고 합니다. MRI가 가용하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굳이 MRI까지 찍을 필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지는 몰라도 일부 군인들-특히 병사보다는 간부들-이 아예 'MRI를 찍어주세요'라며 내원한다고 합니다. 대부분 MRI가 꼭 필요없다고 설명하면 수긍하지만 그렇지 않은 군인들도 있어 친구가 좀 곤혹스러울 때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합니다.
2. CT와 MRI의 차이는 뭔가요?
휴~ 본과 때 배우긴 했지만 그 원리는 대부분 물리학과 같은 기초과학에 기반을 둔 설명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전 의대를 들어갔어도 수학, 과학보다는 사회탐구 부분을 더 잘해서 입학을 했을 정도로 기초과학에 약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설명은 패스~~~
다만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위에서 말한 진단적 관점에서 차이뿐만 아니라 검사 방법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CT는 '방사선'을 사용하는 반면 MRI는 그렇지 않습니다. 방사선이라는 것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X-ray에 사용되는 그것인데 강도는 X-ray보다 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뢴트겐이 발견한 X-ray는 흔히 보실 수 있는 사진처럼 우리 몸 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방사선에 많이 오래 노출될수록 우리 몸에는 해롭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X-ray나 CT 자체가 위험하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불필요하게 자주 받는다면 분명 몸에는 이롭지 못합니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는 CT나 X-ray는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휴~ 본과 때 배우긴 했지만 그 원리는 대부분 물리학과 같은 기초과학에 기반을 둔 설명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전 의대를 들어갔어도 수학, 과학보다는 사회탐구 부분을 더 잘해서 입학을 했을 정도로 기초과학에 약합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설명은 패스~~~
다만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위에서 말한 진단적 관점에서 차이뿐만 아니라 검사 방법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CT는 '방사선'을 사용하는 반면 MRI는 그렇지 않습니다. 방사선이라는 것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X-ray에 사용되는 그것인데 강도는 X-ray보다 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뢴트겐이 발견한 X-ray는 흔히 보실 수 있는 사진처럼 우리 몸 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방사선에 많이 오래 노출될수록 우리 몸에는 해롭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X-ray나 CT 자체가 위험하다는 말은 아닙니다만, 불필요하게 자주 받는다면 분명 몸에는 이롭지 못합니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는 CT나 X-ray는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에 비해 MRI는 방사선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그림을 보고 한가지 묻겠습니다.
왼쪽은 CT이고 오른쪽은 MRI인데 어느 것이 더 편안해 보이나요? 흠... 그림이 좀 애매하긴 합니다.
CT나 MRI 모두 인체를 원통형 기계에 넣어 내부의 해부학적 구조를 보는 검사입니다. 우리 몸을 가상적으로 단면으로 잘라 그 안에 들어있는 장기들의 상태를 보는 검사이다 보니 불가피하게 우리 몸집보다 큰 기계에 몸을 집어넣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MRI의 경우 CT에 비해 더 폐쇄적입니다. (그림으로 차이가 보이실지 모르겠습니다) 즉, 막혀있는 공간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폐쇄 공포증'이 있는 환자분들은 MRI 검사를 받기 힘듭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MRI를 찍어봤는데 생각보다 좁은 공간이여서 더 갑갑하고 공포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CT는 검사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전공의 때나 지금 군의관으로 일할 때 가끔 MRI나 CT를 건강검진 차원해서 이용하시려는 분들을 봤습니다. 대학병원의 전공의 때는 그런 환자분들께 CT나 MRI 검사의 목적에 대해 말씀드리면 대부분 수긍하시고 제 의견을 따라주셨지만, 여기는 소위 말해서 '계급'을 이용해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분들을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한 때는 군병원 MRI 검사자를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하도 이런 목적으로 MRI를 찍는 바람에 정작 검사가 꼭 필요한 사람은 못 찍는 사태가 일어나 버린 것이지요. 만약 군병원 MRI도 민간병원처럼 돈을 받는다면 과연 이럴지 의문이 들기까지 합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제가 전공의 때 환자의 진단을 위해 CT나 MRI와 같은 영상학적 진단에 너무 의존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해봅니다. 과거 우리 선배 의사분들은 이런 기계 없이도 맹장염-충수돌기염-과 같은 질환도 촉진과 청진만으로 진단했었는데 제가 일할 때는 CT를 찍어서 진단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너무 과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환자에게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였다고도 제 스스로를 위로해보기도 합니다. 그 환자도 저의 가족이였어도 결국 전 CT를 찍어서 제 판단의 확실한 근거를 마련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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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오전 진료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한 병사와 간부가 의무대에 방문했습니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정말입니다-요새 들어 진료 종료 쯤에 오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조금 짜증이 납니다. 왜냐하면 점심 먹으러 가고 싶어서... --;
'뭣 땜에 왔어?'
약간은 퉁명스럽게 물어보는 저에게 병사는 이제 들어온지 얼마 안된 이등병이더군요. 순간 군대라는 곳에 들어와 많이 낯설텐데 저같은 사람 때문에 더 낯설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병사가 개한테 물렸습니다'
으잉? 개한테? 동행한 간부에게 들어보니 사단장님 공관에 업무차 들렀다가 개한테 물렸다는군요. 아! 전 개인적으로 3살 때 개한테 물린 이후로 canine-phobia (개 공포증?, 정식 명칭은 아닙니다)가 생겨버린 저로써는 갑자기 이 친구에게 급 관심이 쏠리더군요. 그러면서도 2년전 전문의 시험 때문에 잠깐 공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 외에 내게는 '광견병(rabies)'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선 사단장 공관에 있는 개가 광견병 예방접종을 맞았는지 확인하는게 중요할 듯 싶었습니다. 아! 그보다는 당연 병사의 상처 상태가 중요하겠지요.
우선 같이 일하는 외과 군의관 선생님께 상처를 봐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우측 정강이 부분이였는데 이빨 자국이 선명했습니다만 상처는 clean wound로 판단했습니다. 외과 선생님께서는 상처 소독만 잘하면서 보자고 하시더군요. 동행한 간부에게 병사의 상태를 설명하고 족보처럼 떠오른 가해한 개의 10일 관찰을 알려주었습니다.
'만약 안 좋아지면 어떻게 됩니까?'
동행한 간부가 물어봤습니다. 흠...
'죽을 수 있죠'
그런데 죽는다는 말에 당사자인 이등병은 조금 놀라는 눈치입니다.
'아! 걱정하지마. 그런 일은 거의 없을테니까'
라는 저의 말을 뒤로 하고 병사와 간부는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전공의 때는 접할 기회가 없는 이 병에 대해-엄밀히 말하면 환자는 광견병으로 진단된게 아니기는 하지만-알아보고픈 욕구(?)가 상승하여 당장 해리슨을 펴봤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양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요점 정리용으로만 접하다가 이렇게 full text로 광견병을 보게 되니 부끄러움과 희열이 동시에 교차했습니다. 몇가지 특징적인 것을 정리해봤습니다.
1. 광견병(rabies)는 rabies virus가 개에서 인간을 통해 전염되는 인수공통 질환(zoonosis)이다.
2. 개가 문 상처를 통해 감염되며 근육세포에서 잠복기 동안 성장하고 있다가 말초신경을 따라 중추신경으
로 이동한다.
3. 잠복기는 보통 1-3 개월이고 증상은 크게 전구 증상기(prodromal period)와 급성 신경학적 증상기(acute encephalitic)로 나뉜다.
4. 급성 신경학적 증상기 때는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을 침범하여 발한, 과도한 땀배
출, 닭살돋기, 동공확장등이 나타나며 뇌교(brainstem)을 침범하게 되면 공기공포증(aerophobia), 물
공포증(hydrophobia-공수병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이 나타난다. 이 때 가장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다.
저작권 문제가 될지 모르겠군요. 해리슨에 나온 전형적인 침흘리는 증상을 나타낸 사진입니다.
치료는 증상에 대해서는 대증적 치료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고, 노출후 예방법(post exposure prophylaxis)가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상처 부위에 면역글로불린(RIG) 을, 백신(inactivated vaccine)은 삼각근(deltoid muscle)에 접종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백신을 4번이나 맞아야 하는군요. 개한테 물린 날을 포함해서 물린 후 3, 7, 14, 28일을 맞도록 되어 있습니다. 모두 근육 주사인데 어깨 부위 근육에 4번을 맞는다는게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인턴 때 B형 간염 보균자에게 노출되어 당시도 엉덩이에 면역글로불린으로 맞았는데 여러 대 맞는게 꽤 힘들었습니다.
이 힘든 주사를 개한테 물렸다고 다 맞는 것은 아닙니다. 개가 광견병에 걸려있거나, 광견병이 만연한 지역, 그리고 사람을 문 개가 도망가버린 경우는 위에서 언급한 주사를 접종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 10일 정도 개를 묶어놓고 관찰하던 중 개가 광견병 증상이 보이는 경우도 주사 접종의 적응증이 됩니다.
이 와중에 개들의 광견병 예방접종의 항체 형성 유효 기간은 얼마나 될지 궁금해 같이 훈련받았던 수의 군의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주사 한번에 6개월에서 1년까지는 항체가 유지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휴전선 근처를 제외하고는 광견병 바이러스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네요.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니 대만에서 광우병으로 사망한 환자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물론 정확한 사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습니다만...) 증상 발현기까지 10-20년이 걸린다는 점과 인간이 즐겨먹는 소고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점, 그리고 특별한 치료 방법없이 서서히 죽어간다는 점에서 '광우병'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과 걱정은 광견병에 비할바는 분명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제가 있는 이 곳에서는 광우병보다는 더 피부로 와닿는 질환입니다.
얼마전 오전 진료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한 병사와 간부가 의무대에 방문했습니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정말입니다-요새 들어 진료 종료 쯤에 오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조금 짜증이 납니다. 왜냐하면 점심 먹으러 가고 싶어서... --;
'뭣 땜에 왔어?'
약간은 퉁명스럽게 물어보는 저에게 병사는 이제 들어온지 얼마 안된 이등병이더군요. 순간 군대라는 곳에 들어와 많이 낯설텐데 저같은 사람 때문에 더 낯설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병사가 개한테 물렸습니다'
으잉? 개한테? 동행한 간부에게 들어보니 사단장님 공관에 업무차 들렀다가 개한테 물렸다는군요. 아! 전 개인적으로 3살 때 개한테 물린 이후로 canine-phobia (개 공포증?, 정식 명칭은 아닙니다)가 생겨버린 저로써는 갑자기 이 친구에게 급 관심이 쏠리더군요. 그러면서도 2년전 전문의 시험 때문에 잠깐 공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 외에 내게는 '광견병(rabies)'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선 사단장 공관에 있는 개가 광견병 예방접종을 맞았는지 확인하는게 중요할 듯 싶었습니다. 아! 그보다는 당연 병사의 상처 상태가 중요하겠지요.
우선 같이 일하는 외과 군의관 선생님께 상처를 봐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우측 정강이 부분이였는데 이빨 자국이 선명했습니다만 상처는 clean wound로 판단했습니다. 외과 선생님께서는 상처 소독만 잘하면서 보자고 하시더군요. 동행한 간부에게 병사의 상태를 설명하고 족보처럼 떠오른 가해한 개의 10일 관찰을 알려주었습니다.
'만약 안 좋아지면 어떻게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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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수 있죠'
그런데 죽는다는 말에 당사자인 이등병은 조금 놀라는 눈치입니다.
'아! 걱정하지마. 그런 일은 거의 없을테니까'
라는 저의 말을 뒤로 하고 병사와 간부는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전공의 때는 접할 기회가 없는 이 병에 대해-엄밀히 말하면 환자는 광견병으로 진단된게 아니기는 하지만-알아보고픈 욕구(?)가 상승하여 당장 해리슨을 펴봤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양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요점 정리용으로만 접하다가 이렇게 full text로 광견병을 보게 되니 부끄러움과 희열이 동시에 교차했습니다. 몇가지 특징적인 것을 정리해봤습니다.
1. 광견병(rabies)는 rabies virus가 개에서 인간을 통해 전염되는 인수공통 질환(zoonosis)이다.
2. 개가 문 상처를 통해 감염되며 근육세포에서 잠복기 동안 성장하고 있다가 말초신경을 따라 중추신경으
로 이동한다.
3. 잠복기는 보통 1-3 개월이고 증상은 크게 전구 증상기(prodromal period)와 급성 신경학적 증상기(acute encephalitic)로 나뉜다.
4. 급성 신경학적 증상기 때는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을 침범하여 발한, 과도한 땀배
출, 닭살돋기, 동공확장등이 나타나며 뇌교(brainstem)을 침범하게 되면 공기공포증(aerophobia), 물
공포증(hydrophobia-공수병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이 나타난다. 이 때 가장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다.
저작권 문제가 될지 모르겠군요. 해리슨에 나온 전형적인 침흘리는 증상을 나타낸 사진입니다.
치료는 증상에 대해서는 대증적 치료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고, 노출후 예방법(post exposure prophylaxis)가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상처 부위에 면역글로불린(RIG) 을, 백신(inactivated vaccine)은 삼각근(deltoid muscle)에 접종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백신을 4번이나 맞아야 하는군요. 개한테 물린 날을 포함해서 물린 후 3, 7, 14, 28일을 맞도록 되어 있습니다. 모두 근육 주사인데 어깨 부위 근육에 4번을 맞는다는게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인턴 때 B형 간염 보균자에게 노출되어 당시도 엉덩이에 면역글로불린으로 맞았는데 여러 대 맞는게 꽤 힘들었습니다.
이 힘든 주사를 개한테 물렸다고 다 맞는 것은 아닙니다. 개가 광견병에 걸려있거나, 광견병이 만연한 지역, 그리고 사람을 문 개가 도망가버린 경우는 위에서 언급한 주사를 접종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 10일 정도 개를 묶어놓고 관찰하던 중 개가 광견병 증상이 보이는 경우도 주사 접종의 적응증이 됩니다.
이 와중에 개들의 광견병 예방접종의 항체 형성 유효 기간은 얼마나 될지 궁금해 같이 훈련받았던 수의 군의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주사 한번에 6개월에서 1년까지는 항체가 유지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휴전선 근처를 제외하고는 광견병 바이러스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네요.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니 대만에서 광우병으로 사망한 환자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물론 정확한 사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습니다만...) 증상 발현기까지 10-20년이 걸린다는 점과 인간이 즐겨먹는 소고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점, 그리고 특별한 치료 방법없이 서서히 죽어간다는 점에서 '광우병'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과 걱정은 광견병에 비할바는 분명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제가 있는 이 곳에서는 광우병보다는 더 피부로 와닿는 질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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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뉴스추적 - 수술대 오른 응급실'를 보고나서 (0) | 2010/12/09 |
지난 8일 SBS 뉴스추적 '수술대 오른 응급실'을 보고서 개인적인 생각을 몇자 적으려 합니다. 일선 진료 현장에서 떠나 조금은 객관적으로 프로그램에서 지적했던 문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떄문입니다.
'뉴스추적'을 비롯한 대부분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도입부에 넣는 내용은 상식적으로 억울할 것 같은 피해자들의 사연입니다. 젊은 여고생이 응급실을 전전-프로그램의 표현을 빌리자면-하다 결국 대학병원으로 후송도 하기 전에 사망한 사건에서 부모들은 병원의 초기 처치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병원의 담당의사는 모자이크 처리한 채 초기 처치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례를 보고서 제가 4년차 때 봤던 비슷한 케이스가 생각났습니다. 그 날도 주말이였고 여지없이 응급실은 시장 바닥과 같이 붐볐었습니다. 아랫년차와 응급실에서 환자를 보던 중 이미 침대 한 구석을 몇시간 전부터 차지하고 있던 한 젊은 여자 환자를 응급실에서 우리에게 의뢰했습니다. EKG(심전도)가 VT(심실빈맥)이라는 것이였습니다.
그 환자는 당시 제가 근무하던 병원과 같은 재단의 대학생으로 조만간 모기업에 입사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EKG는 분명 wide QRS tachycardia였지만, 환자는 흉통 외에 혈압이나 의식이 너무나 멀쩡했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일 당직 교수님께 전화로 보고를 드렸습니다. 교수님의 지시대로 심장초음파를 하기로 하고 전임의 선생님께 연락을 드린 뒤 우선 제가 먼저 심초음파를 봤습니다. 보통 심초음파를 위해서는 상의를 완전 탈의한 상태에서 한쪽으로 몸을 기울여야 합니다. 복잡한 응급실이였지만 우선 가장 중환을 보는 소생구역으로 옮긴 뒤 초음파를 하는데 젊은 사람치고는 초음파 영상(view)이 잘 잡히지 않더군요. 이 때 환자가 부끄럽게
'저 가슴 확대술을 했어요'
라며 말하더군요. 곧 있다가 전임이 선생님이 오셨고 이 환자는 pericaridits(심근염)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심장을 싸고 있는 '심막'이라는 곳에 염증이 생긴 것이지요. 원인은 여러가지 있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가장 많고, 젊은 사람이 급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중증 질병 중에 하나입니다. 이전에도 몇번 이런 젊은 연령의 심근염 환자를 봤었지만, 한번도 사망한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교수님들께서는 항상 보호자들에게 사망률이 반이라는 식으로 설명을 하셨었습니다. 담당 교수님께 결과를 말씀드리고 보호자들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했기에 보호자 분들께는 다소 좋지 않은 이야기만 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자정이 다가오면서 응급실이 한가해질 무렵, 그 환자가 갑자기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심정지가 온 것이였습니다. 즉각 심폐소생술 방송을 하고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아! 정말 순식간이였습니다. 불과 30분전만 해도 저와 이야기를 했던 환자인데... 교수님께도 이 사실을 알려드렸고, 교수님께서는 혹여라도 병원에서 ECMO(체외 심폐순환기)를 환자에게 처치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셨지만, 우리병원에 달랑 2대 있는 기계는 사용이 불가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저렇게 심정지 환자를 이 시간에 ECMO가 가능한 병원으로 후송한다는 것은 더더욱 위험한 것이였죠.
그렇게 그 꿈도 못핀 여학생은 하늘 나라로 갔습니다. 자신의 성형 수술 사실을 부끄럽게 말하던 그 환자가 말입니다. 멀쩡하던 딸을 하루만에 잃은 부모님의 심정이야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만은 저 역시 그 경우는 큰 충격이였습니다. 질환 자체가 중증이지만 특별한 치료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였고, 이제까지 경험했던 대부분의 경우는 환자들이 호전되었기 때문에 4년차였지만 처음 그런 경우를 당한 저에게도 '심근염'이라는 병은 다르게 다가왔었습니다.
방송에 보도된 여학생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추측하지 않지만, 자세한 내용은 당사자들이 알기 때문에 내용의 가타부타를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말한 경우처럼 젊은 사람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병이 있다는 사실과 그 앞에서 의사가 해줄 수 있는 처치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아직 정복해야 할 질병은 비단 '암'뿐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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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례를 보고서 제가 4년차 때 봤던 비슷한 케이스가 생각났습니다. 그 날도 주말이였고 여지없이 응급실은 시장 바닥과 같이 붐볐었습니다. 아랫년차와 응급실에서 환자를 보던 중 이미 침대 한 구석을 몇시간 전부터 차지하고 있던 한 젊은 여자 환자를 응급실에서 우리에게 의뢰했습니다. EKG(심전도)가 VT(심실빈맥)이라는 것이였습니다.
그 환자는 당시 제가 근무하던 병원과 같은 재단의 대학생으로 조만간 모기업에 입사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EKG는 분명 wide QRS tachycardia였지만, 환자는 흉통 외에 혈압이나 의식이 너무나 멀쩡했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일 당직 교수님께 전화로 보고를 드렸습니다. 교수님의 지시대로 심장초음파를 하기로 하고 전임의 선생님께 연락을 드린 뒤 우선 제가 먼저 심초음파를 봤습니다. 보통 심초음파를 위해서는 상의를 완전 탈의한 상태에서 한쪽으로 몸을 기울여야 합니다. 복잡한 응급실이였지만 우선 가장 중환을 보는 소생구역으로 옮긴 뒤 초음파를 하는데 젊은 사람치고는 초음파 영상(view)이 잘 잡히지 않더군요. 이 때 환자가 부끄럽게
'저 가슴 확대술을 했어요'
라며 말하더군요. 곧 있다가 전임이 선생님이 오셨고 이 환자는 pericaridits(심근염)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심장을 싸고 있는 '심막'이라는 곳에 염증이 생긴 것이지요. 원인은 여러가지 있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가장 많고, 젊은 사람이 급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중증 질병 중에 하나입니다. 이전에도 몇번 이런 젊은 연령의 심근염 환자를 봤었지만, 한번도 사망한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교수님들께서는 항상 보호자들에게 사망률이 반이라는 식으로 설명을 하셨었습니다. 담당 교수님께 결과를 말씀드리고 보호자들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했기에 보호자 분들께는 다소 좋지 않은 이야기만 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자정이 다가오면서 응급실이 한가해질 무렵, 그 환자가 갑자기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심정지가 온 것이였습니다. 즉각 심폐소생술 방송을 하고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아! 정말 순식간이였습니다. 불과 30분전만 해도 저와 이야기를 했던 환자인데... 교수님께도 이 사실을 알려드렸고, 교수님께서는 혹여라도 병원에서 ECMO(체외 심폐순환기)를 환자에게 처치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셨지만, 우리병원에 달랑 2대 있는 기계는 사용이 불가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저렇게 심정지 환자를 이 시간에 ECMO가 가능한 병원으로 후송한다는 것은 더더욱 위험한 것이였죠.
그렇게 그 꿈도 못핀 여학생은 하늘 나라로 갔습니다. 자신의 성형 수술 사실을 부끄럽게 말하던 그 환자가 말입니다. 멀쩡하던 딸을 하루만에 잃은 부모님의 심정이야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만은 저 역시 그 경우는 큰 충격이였습니다. 질환 자체가 중증이지만 특별한 치료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였고, 이제까지 경험했던 대부분의 경우는 환자들이 호전되었기 때문에 4년차였지만 처음 그런 경우를 당한 저에게도 '심근염'이라는 병은 다르게 다가왔었습니다.
방송에 보도된 여학생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추측하지 않지만, 자세한 내용은 당사자들이 알기 때문에 내용의 가타부타를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말한 경우처럼 젊은 사람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병이 있다는 사실과 그 앞에서 의사가 해줄 수 있는 처치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아직 정복해야 할 질병은 비단 '암'뿐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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