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오전 진료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한 병사와 간부가 의무대에 방문했습니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정말입니다-요새 들어 진료 종료 쯤에 오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조금 짜증이 납니다. 왜냐하면 점심 먹으러 가고 싶어서... --;
'뭣 땜에 왔어?'
약간은 퉁명스럽게 물어보는 저에게 병사는 이제 들어온지 얼마 안된 이등병이더군요. 순간 군대라는 곳에 들어와 많이 낯설텐데 저같은 사람 때문에 더 낯설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병사가 개한테 물렸습니다'
으잉? 개한테? 동행한 간부에게 들어보니 사단장님 공관에 업무차 들렀다가 개한테 물렸다는군요. 아! 전 개인적으로 3살 때 개한테 물린 이후로 canine-phobia (개 공포증?, 정식 명칭은 아닙니다)가 생겨버린 저로써는 갑자기 이 친구에게 급 관심이 쏠리더군요. 그러면서도 2년전 전문의 시험 때문에 잠깐 공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 외에 내게는 '광견병(rabies)'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선 사단장 공관에 있는 개가 광견병 예방접종을 맞았는지 확인하는게 중요할 듯 싶었습니다. 아! 그보다는 당연 병사의 상처 상태가 중요하겠지요.
우선 같이 일하는 외과 군의관 선생님께 상처를 봐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우측 정강이 부분이였는데 이빨 자국이 선명했습니다만 상처는 clean wound로 판단했습니다. 외과 선생님께서는 상처 소독만 잘하면서 보자고 하시더군요. 동행한 간부에게 병사의 상태를 설명하고 족보처럼 떠오른 가해한 개의 10일 관찰을 알려주었습니다.
'만약 안 좋아지면 어떻게 됩니까?'
동행한 간부가 물어봤습니다. 흠...
'죽을 수 있죠'
그런데 죽는다는 말에 당사자인 이등병은 조금 놀라는 눈치입니다.
'아! 걱정하지마. 그런 일은 거의 없을테니까'
라는 저의 말을 뒤로 하고 병사와 간부는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전공의 때는 접할 기회가 없는 이 병에 대해-엄밀히 말하면 환자는 광견병으로 진단된게 아니기는 하지만-알아보고픈 욕구(?)가 상승하여 당장 해리슨을 펴봤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양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요점 정리용으로만 접하다가 이렇게 full text로 광견병을 보게 되니 부끄러움과 희열이 동시에 교차했습니다. 몇가지 특징적인 것을 정리해봤습니다.
1. 광견병(rabies)는 rabies virus가 개에서 인간을 통해 전염되는 인수공통 질환(zoonosis)이다.
2. 개가 문 상처를 통해 감염되며 근육세포에서 잠복기 동안 성장하고 있다가 말초신경을 따라 중추신경으
로 이동한다.
3. 잠복기는 보통 1-3 개월이고 증상은 크게 전구 증상기(prodromal period)와 급성 신경학적 증상기(acute encephalitic)로 나뉜다.
4. 급성 신경학적 증상기 때는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을 침범하여 발한, 과도한 땀배
출, 닭살돋기, 동공확장등이 나타나며 뇌교(brainstem)을 침범하게 되면 공기공포증(aerophobia), 물
공포증(hydrophobia-공수병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이 나타난다. 이 때 가장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다.
저작권 문제가 될지 모르겠군요. 해리슨에 나온 전형적인 침흘리는 증상을 나타낸 사진입니다.
치료는 증상에 대해서는 대증적 치료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고, 노출후 예방법(post exposure prophylaxis)가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상처 부위에 면역글로불린(RIG) 을, 백신(inactivated vaccine)은 삼각근(deltoid muscle)에 접종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백신을 4번이나 맞아야 하는군요. 개한테 물린 날을 포함해서 물린 후 3, 7, 14, 28일을 맞도록 되어 있습니다. 모두 근육 주사인데 어깨 부위 근육에 4번을 맞는다는게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인턴 때 B형 간염 보균자에게 노출되어 당시도 엉덩이에 면역글로불린으로 맞았는데 여러 대 맞는게 꽤 힘들었습니다.
이 힘든 주사를 개한테 물렸다고 다 맞는 것은 아닙니다. 개가 광견병에 걸려있거나, 광견병이 만연한 지역, 그리고 사람을 문 개가 도망가버린 경우는 위에서 언급한 주사를 접종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 10일 정도 개를 묶어놓고 관찰하던 중 개가 광견병 증상이 보이는 경우도 주사 접종의 적응증이 됩니다.
이 와중에 개들의 광견병 예방접종의 항체 형성 유효 기간은 얼마나 될지 궁금해 같이 훈련받았던 수의 군의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주사 한번에 6개월에서 1년까지는 항체가 유지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휴전선 근처를 제외하고는 광견병 바이러스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네요.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니 대만에서 광우병으로 사망한 환자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물론 정확한 사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습니다만...) 증상 발현기까지 10-20년이 걸린다는 점과 인간이 즐겨먹는 소고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점, 그리고 특별한 치료 방법없이 서서히 죽어간다는 점에서 '광우병'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과 걱정은 광견병에 비할바는 분명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제가 있는 이 곳에서는 광우병보다는 더 피부로 와닿는 질환입니다.
얼마전 오전 진료가 마무리되어 갈 때쯤 한 병사와 간부가 의무대에 방문했습니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정말입니다-요새 들어 진료 종료 쯤에 오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조금 짜증이 납니다. 왜냐하면 점심 먹으러 가고 싶어서... --;
'뭣 땜에 왔어?'
약간은 퉁명스럽게 물어보는 저에게 병사는 이제 들어온지 얼마 안된 이등병이더군요. 순간 군대라는 곳에 들어와 많이 낯설텐데 저같은 사람 때문에 더 낯설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병사가 개한테 물렸습니다'
으잉? 개한테? 동행한 간부에게 들어보니 사단장님 공관에 업무차 들렀다가 개한테 물렸다는군요. 아! 전 개인적으로 3살 때 개한테 물린 이후로 canine-phobia (개 공포증?, 정식 명칭은 아닙니다)가 생겨버린 저로써는 갑자기 이 친구에게 급 관심이 쏠리더군요. 그러면서도 2년전 전문의 시험 때문에 잠깐 공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 외에 내게는 '광견병(rabies)'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선 사단장 공관에 있는 개가 광견병 예방접종을 맞았는지 확인하는게 중요할 듯 싶었습니다. 아! 그보다는 당연 병사의 상처 상태가 중요하겠지요.
우선 같이 일하는 외과 군의관 선생님께 상처를 봐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우측 정강이 부분이였는데 이빨 자국이 선명했습니다만 상처는 clean wound로 판단했습니다. 외과 선생님께서는 상처 소독만 잘하면서 보자고 하시더군요. 동행한 간부에게 병사의 상태를 설명하고 족보처럼 떠오른 가해한 개의 10일 관찰을 알려주었습니다.
'만약 안 좋아지면 어떻게 됩니까?'
동행한 간부가 물어봤습니다. 흠...
'죽을 수 있죠'
그런데 죽는다는 말에 당사자인 이등병은 조금 놀라는 눈치입니다.
'아! 걱정하지마. 그런 일은 거의 없을테니까'
라는 저의 말을 뒤로 하고 병사와 간부는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전공의 때는 접할 기회가 없는 이 병에 대해-엄밀히 말하면 환자는 광견병으로 진단된게 아니기는 하지만-알아보고픈 욕구(?)가 상승하여 당장 해리슨을 펴봤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양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요점 정리용으로만 접하다가 이렇게 full text로 광견병을 보게 되니 부끄러움과 희열이 동시에 교차했습니다. 몇가지 특징적인 것을 정리해봤습니다.
1. 광견병(rabies)는 rabies virus가 개에서 인간을 통해 전염되는 인수공통 질환(zoonosis)이다.
2. 개가 문 상처를 통해 감염되며 근육세포에서 잠복기 동안 성장하고 있다가 말초신경을 따라 중추신경으
로 이동한다.
3. 잠복기는 보통 1-3 개월이고 증상은 크게 전구 증상기(prodromal period)와 급성 신경학적 증상기(acute encephalitic)로 나뉜다.
4. 급성 신경학적 증상기 때는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을 침범하여 발한, 과도한 땀배
출, 닭살돋기, 동공확장등이 나타나며 뇌교(brainstem)을 침범하게 되면 공기공포증(aerophobia), 물
공포증(hydrophobia-공수병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이 나타난다. 이 때 가장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다.
저작권 문제가 될지 모르겠군요. 해리슨에 나온 전형적인 침흘리는 증상을 나타낸 사진입니다.
치료는 증상에 대해서는 대증적 치료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고, 노출후 예방법(post exposure prophylaxis)가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상처 부위에 면역글로불린(RIG) 을, 백신(inactivated vaccine)은 삼각근(deltoid muscle)에 접종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백신을 4번이나 맞아야 하는군요. 개한테 물린 날을 포함해서 물린 후 3, 7, 14, 28일을 맞도록 되어 있습니다. 모두 근육 주사인데 어깨 부위 근육에 4번을 맞는다는게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요. 인턴 때 B형 간염 보균자에게 노출되어 당시도 엉덩이에 면역글로불린으로 맞았는데 여러 대 맞는게 꽤 힘들었습니다.
이 힘든 주사를 개한테 물렸다고 다 맞는 것은 아닙니다. 개가 광견병에 걸려있거나, 광견병이 만연한 지역, 그리고 사람을 문 개가 도망가버린 경우는 위에서 언급한 주사를 접종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 10일 정도 개를 묶어놓고 관찰하던 중 개가 광견병 증상이 보이는 경우도 주사 접종의 적응증이 됩니다.
이 와중에 개들의 광견병 예방접종의 항체 형성 유효 기간은 얼마나 될지 궁금해 같이 훈련받았던 수의 군의관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주사 한번에 6개월에서 1년까지는 항체가 유지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휴전선 근처를 제외하고는 광견병 바이러스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하네요.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니 대만에서 광우병으로 사망한 환자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물론 정확한 사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습니다만...) 증상 발현기까지 10-20년이 걸린다는 점과 인간이 즐겨먹는 소고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점, 그리고 특별한 치료 방법없이 서서히 죽어간다는 점에서 '광우병'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과 걱정은 광견병에 비할바는 분명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적어도 제가 있는 이 곳에서는 광우병보다는 더 피부로 와닿는 질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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