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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24 삼가 고가(故家)의 명복을 빕니다 - 구제역
어제 퇴근을 하는데 집 근처에 다다를때쯤 차가 정체되었습니다. 알고보니 구제역 소독 때문에 차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TV에서만 보던 소독작업을 직접 보니 '구제역'의 심각성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낮에 부대에서 열렸던 성과분석회의 시간 중에 구제역으로 인해 내년 혹한기 훈련을 영내에서 하라는 상부 지침이 있다고 연대장님이 말씀하시더군요. 그 때는 그저 전혀 모르는 곳 가서 숙영 안해도 되니까 막연히 좋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우리 동네 근처까지 구제역의 여파가 미치는 것을 직접 느끼니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TV와 신문에서도 연일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모자이크로 소, 돼지를 살처분하는 모습이 영상과 사진으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자식과 같이 그 동물들을 기르셨던 농민들의 마음은 둘째 치고라도 인간을 위해 온 몸을 바치던 소와 돼지들이 무더기로 땅에 묻히는 것을 보면서 인간이 동물들에게 큰 죄를 짓는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사람에게 동물의 질병이 전염되는 질병-은 아니여서 저도 국립수의과학검역원(www.nvrqs.go.kr)에 들어가서 어떤 질병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Apthovirus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으로 질병에 걸린 가축들이나 부산물-침, 유즙등-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전파, 이를 돌보는 사람들에 의한 간접 전파, 그리고 공기전파를 통해 전염되는 질병이라고 합니다. 공기전파는 육지에서는 50km, 바다에서는 250km까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지금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공기전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염성이 높은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치료는 없다고 합니다. 전염 방지를 위해 격리하고 필요하다면 지금 현재 정부가 마지막 구제역 확산방지 대책으로 내놓은 백신 접종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라고 사이트에 적혀있습니다. 뉴스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백신을 접종할 경우 소고기, 돼지고기 수출이 일정기간 금지된다고 합니다. 말못하는 동물이지만 그들의 치료마저도 인간의 경제적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답답함을 넘어 슬프기까지 하네요.
구제역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 작년 신종플루-인플루엔자 A-유행 때가 생각납니다. '신종플루' 역시 바이러스 질환에다 공기 전파로 인해 전염성이 높은 질환이라 구제역과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신종플루'가 돼지에 감염된 인플루엔자에서 유래했다고 하여 swine flu라고-지금도 외신에서는 swine flu라고 표기하기도 하네요-하지만 나중에는 연관성이 없다고 하여 신종 인플루엔자-novel influenza-라고 불렸습니다. 집단 생활을 하는 군대의 특성상 '신종플루'는 공포의 대상이였지만, 백신 접종전까지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야전 부대의 경우 열악한 시설과 간부들의 인식 부족으로 인해 군의관으로 치료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확진 검사를 모든 의심환자에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신종플루 의심환자도 확진환자와 동일하게 격리 치료할 수 밖에 없었는데, 마치 환자를 '동물' 보는듯하는 군 간부들로 인해 병사들은 때아닌 죄책감마저 느꼈을 것입니다. 알게 모르게 저 역시 그런 태도를 보였을 작년 우리 부대 신종플루 확진 및 의심환자들과 인간을 위해 끝까지 희생아닌 '희생'을 한 동물들에게 대표하여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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