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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20 약도 과하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Aspirin 이야기
사진이 좀 선정적인가요? 주목을 좀 끌어보고자... 죄송합니다. --;
요새 '웰빙' 바람이 불면서 너도 나도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질환에 대한 치료는 저적으로 의사의 몫이였다면 요새는 환자 자신의 몫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질환의 치료에서 예방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개인에서부터 국가까지 이에 대한 노력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릴 '아스피린'이라는 약도 최근 뇌심혈관 질환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면서 TV 광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아스피린의 경우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TV 광고에 등장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근경색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하일성씨입니다. 아스피린 TV 광고 모델이 되기도 하셨습니다.
제가 2003년 본과 3학년 때 당시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셨던 홍혜걸 기자님 밑에서 선택 실습을 돈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기자님께서 유럽의 한 학회를 갔다 오시면서 저용량의 '아스피린'이 뇌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들에게 예방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알려주셨습니다. 그 때 당시엔 아스피린은 그저 약리학 교과서에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그래서 시험 점수를 잘 맞기 위해 잘 알아야 하는 약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전공의를 하면서 특히 심장내과 치프를 하면서 아스피린이라는 약은 정말 너무나도 흔하면서도 중요한 약이였습니다. 당시 아스피린 성분의 모 약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제일 팔리는 약이라고 듣기까지 했습니다. 교수님들 역시 뇌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들에게 아스피린을 처방하셨습니다.
그러나 몇 달전 전 아찔한 경험을 겪었습니다. 전공이 내과인지라 가끔 부대 간부들의 질병에 대해 조언을 해줄 기회가 생기게 되는데, 그 중에 한분과 관계된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곧 전역하시는 분이셨는데 침착하면서도 신사적이셔서 그 분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실만큼 자기 관리에도 철저하신 분이셨기에 상관이기전에 한 어른으로써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분께서 다른 문제로 오셨다가 아스피린에 대해 저에게 물어보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흉통으로 군병원에서 검사까지 하신터라 저 역시 아스피린 복용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아스피린이라는 약을 의사한테 권유받은게 아니라 다른 간부-의사가 아닙니다-가 권유했다는 것이였습니다. 의약분업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이 곳에서 아스피린 같은 약은 '보급'이나 '부대구매'라는 이름으로 금방 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 분께 넘겨받은 아스피린은 500mg 짜리였습니다. 제가 치프를 하면서 심혈관 질환으로 응급실로 내원하는 환자에게도 초기에 많은 양의 아스피린을 주더라도 500mg 이상은 준 적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그 간부님은 십이지장 궤양의 과거력이 있던 분이였습니다.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슬로건이 얼마나 이 곳에서는 무색한지 느끼는 순간이였습니다.
저는 그 간부님께 정중히 이 약은 뇌심혈관계 질환 목적으로 드시기에는 용량이 좀 많은 것 같다라고 말씀드린 뒤 필요하시다면 군병원에 있는 친구에게-공교롭게도 군병원에서 제 친구에게 진료를 받으셨습니다- 처방받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그 간부님은 군의관인 저를 '군인' 이전에 '의사'로써 대해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돌아가셨습니다.
최근 이 글을 준비하면서 아스피린에 대한 자료를 뒤져봤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뇌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에 대한 논문 뿐만 아니라 각종 암 예방 효과에 대해서도 연구가 되고 있었습니다. 대장암을 비롯하여 위암, 식도암 심지어 전립선암에 대한 예방 효과가 있다는 논문들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해열, 진통, 소염 효과만 있는 줄로만 알고 있던 이 약이 제가 잠시 한눈 판 사이에 굉장히 놀랄만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단, 이런 '암'과 관련한 효과들은 아직까지 연구단계이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증거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약이 잘 쓰면 '약'이 되지만 때로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스피린의 경우 가장 큰 '독'이 출혈, 그 중에서도 위장관계 출혈입니다. 아스피린을 포함한 비스테로이성 항염증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NSAIDs)에 의한 궤양성 출혈은 미국의 경우 10만명당 60명의 비율로 결코 낮지 않은 비율입니다. 나이가 많을 수록, 소화성 궤양의 과거력이 있을수록, 아스피린을 포함한 NSAIDs계열 약물을 중복 사용할 수록 출혈의 빈도는 더 늘어납니다. 심할 경우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아스피린과 같은 약물을 복용시에는 의사와의 상담은 필수입니다.
위궤양 출혈의 사진입니다. 이 정도는 양반이죠 --;
오늘은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이 있었던 날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휴가를 받았지만, 상황이 급박한지라 집에서 하루종일 있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약'이 무엇인지, '독'이 무엇인지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하루빨리 한반도의 평화가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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