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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9 20:22

'SBS 뉴스추적 - 수술대 오른 응급실'를 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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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SBS 뉴스추적 '수술대 오른 응급실'을 보고서 개인적인 생각을 몇자 적으려 합니다. 일선 진료 현장에서 떠나 조금은 객관적으로 프로그램에서 지적했던 문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떄문입니다. 

 '뉴스추적'을 비롯한 대부분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도입부에 넣는 내용은 상식적으로 억울할 것 같은 피해자들의 사연입니다. 젊은 여고생이 응급실을 전전-프로그램의 표현을 빌리자면-하다 결국 대학병원으로 후송도 하기 전에 사망한 사건에서 부모들은 병원의 초기 처치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병원의 담당의사는 모자이크 처리한 채 초기 처치에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례를 보고서 제가 4년차 때 봤던 비슷한 케이스가 생각났습니다. 그 날도 주말이였고 여지없이 응급실은 시장 바닥과 같이 붐볐었습니다. 아랫년차와 응급실에서 환자를 보던 중 이미 침대 한 구석을 몇시간 전부터 차지하고 있던 한 젊은 여자 환자를 응급실에서 우리에게 의뢰했습니다. EKG(심전도)가 VT(심실빈맥)이라는 것이였습니다.

 그 환자는 당시 제가 근무하던 병원과 같은 재단의 대학생으로 조만간 모기업에 입사할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EKG는 분명 wide QRS tachycardia였지만, 환자는 흉통 외에 혈압이나 의식이 너무나 멀쩡했습니다. 저도 솔직히 그런 경우는 처음이라 당일 당직 교수님께 전화로 보고를 드렸습니다. 교수님의 지시대로 심장초음파를 하기로 하고 전임의 선생님께 연락을 드린 뒤 우선 제가 먼저 심초음파를 봤습니다. 보통 심초음파를 위해서는 상의를 완전 탈의한 상태에서 한쪽으로 몸을 기울여야 합니다. 복잡한 응급실이였지만 우선 가장 중환을 보는 소생구역으로 옮긴 뒤 초음파를 하는데 젊은 사람치고는 초음파 영상(view)이 잘 잡히지 않더군요. 이 때 환자가 부끄럽게

 '저 가슴 확대술을 했어요'

 라며 말하더군요. 곧 있다가 전임이 선생님이 오셨고 이 환자는 pericaridits(심근염)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심장을 싸고 있는 '심막'이라는 곳에 염증이 생긴 것이지요. 원인은 여러가지 있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 가장 많고, 젊은 사람이 급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중증 질병 중에 하나입니다. 이전에도 몇번 이런 젊은 연령의 심근염 환자를 봤었지만, 한번도 사망한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교수님들께서는 항상 보호자들에게 사망률이 반이라는 식으로 설명을 하셨었습니다. 담당 교수님께 결과를 말씀드리고 보호자들에게 설명을 했습니다.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했기에 보호자 분들께는 다소 좋지 않은 이야기만 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자정이 다가오면서 응급실이 한가해질 무렵, 그 환자가 갑자기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심정지가 온 것이였습니다. 즉각 심폐소생술 방송을 하고 심폐소생술을 했습니다. 아! 정말 순식간이였습니다. 불과 30분전만 해도 저와 이야기를 했던 환자인데... 교수님께도 이 사실을 알려드렸고, 교수님께서는 혹여라도 병원에서 ECMO(체외 심폐순환기)를 환자에게 처치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셨지만, 우리병원에 달랑 2대 있는 기계는 사용이 불가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저렇게 심정지 환자를 이 시간에 ECMO가 가능한 병원으로 후송한다는 것은 더더욱 위험한 것이였죠. 

 그렇게 그 꿈도 못핀 여학생은 하늘 나라로 갔습니다. 자신의 성형 수술 사실을 부끄럽게 말하던 그 환자가 말입니다. 멀쩡하던 딸을 하루만에 잃은 부모님의 심정이야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만은 저 역시 그 경우는 큰 충격이였습니다. 질환 자체가 중증이지만 특별한 치료 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였고, 이제까지 경험했던 대부분의 경우는 환자들이 호전되었기 때문에 4년차였지만 처음 그런 경우를 당한 저에게도 '심근염'이라는 병은 다르게 다가왔었습니다.  


 방송에 보도된 여학생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추측하지 않지만, 자세한 내용은 당사자들이 알기 때문에 내용의 가타부타를 논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말한 경우처럼 젊은 사람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병이 있다는 사실과 그 앞에서 의사가 해줄 수 있는 처치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아직 정복해야 할 질병은 비단 '암'뿐만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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